단어를 어휘라고 일컫는 일이 있으나 단어는 어휘를 구성하는 자료일 뿐이다. 어휘가 풍부하다는 말은 표현성의 풍부함을 위해서 어휘가 많은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좋다. 즉 어휘는 특정한 언어체계가 가지는 어휘소 또는 어휘 항목을 통칭하여 이르는 말이고 외래어는 외국어로부터 들어와 한국어에 동화되고 한국어로서 사용되는 언어다.
어휘의 개념
서두에서 어휘가 풍부하다는 말은 표현성의 풍부함을 위해서 어휘가 많은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특정한 언어체계'는 다음과 같은 것을 포함한다. ① 한국어, 영어 등 특정한 개별 언어 ② 충청도 방언, 경기도 방언 등 특정지역의 언어(지역방언) ③ 여러 사회계층의 언어, 각 전문분야의 언어 등도 포함된 이른바 사회 방언 ④ 개인의 언어, 개인이 실지로 사용하는 언어는 한 종족이 가지는 언어체계 속에서 선택된다. 이와 같은 여러 종류의 특정한 언어체계가 가지고 있는 어휘소의 총체가 그 언어체계의 어휘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어휘소라고 하는 것은 직접으로 의미와 대응되는 기본적인 단위이며, 구체적으로 보통 말하는 단어가 중심이 되고 단어보다 하위단위인 형태소가 포함된다. 또, 단어보다 상위 단위인 구(句)도 그것이 전체로서 하나의 사물과 대응되어 있거나 한 사물의 존재, 상태, 움직임 등을 대표한다면 문(文)의 기본단위가 된다는 점에서 어휘소라고 할 수 있다. 어휘소란 한 언어체계에서 어휘를 형성하는 자료가 된다.
우리말 어휘의 일반적 특성
① 한자어, 기타 외래어의 유입 때문에 유의어(類義語)가 많아졌다. 특히 한자어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 유의어의 발달은 표현 전달의 명확성을 해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표현성의 풍부'라는 견지에서는 오히려 바람직한 현상이다. 문체론적인 가치를 위하여 적절히 이용될 수 있다.
② 한자어의 영향으로 동음이의어(同音異義語)가 많아졌다. 이것은 언어활동에서 동음의 규칙적인 배열에 의한 리듬들을 구성하는 데 이용되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동음이 주는 혼란이 더 문제가 되기 때문에 좋은 점보다는 좋지 않은 점이 더 크다. 한자어의 결점을 들추는 이들이 흔히 거론하는 것이 이 동음이의어이다.
③ 한국어에서는 경어법(敬語法)이 복잡하게 발달되어 있다. 그 한 예로 2인칭 대명사를 들면 '너, 자제, 그대, 당신, 어르신네' 등이 있어 여러 가지 차등을 두고 사용된다. 또, 명사에 '님'을 붙여 '아버님, 어머님, 선생님, 형님, 누님'하고 심지어는 '아우님'이라고도 한다. 한자어는 경어법의 발달에 크게 영양을 미치고 있다. 대체로 하나의 유의어군이 있을 때 고유어보다는 한자어가 경의를 표하는 말로 쓰이는 경우가 많이 있다. 예를 들면 '이:치아' , '술:약주'등이다.
④ 고유어와 한자어가 유의 구조를 형성하고 있어 경어법, 품위 있는 언어 사용과 관련하여 그것의 적절한 선택 사용으로 여러 가지 의미와 표현 효과를 나타내는데, 대체로 한자어가 품위 있고 경의를 표하는 말로 인식되고 있다.
예를 들면 아비, 아버지, 아버님, 가친(家親), 엄친(嚴親), 노친(老親), 춘부장(椿府丈), 망부(亡父), 선친(先親), 선고(先考) 등이 있다. 한자어보다는 고유어가 비속한 말, 욕설 등에 잘 쓰이는 경향이 있다.
⑤ 의성어, 의태어 등 음성 상징의 발달이 눈에 띈다. 이 상징어(象徵語:의성어, 의태어를 통틀어 상징어라 함)의 발달은 거의 고유 요소에 의존하고 있다. 모음과 자음의 대립을 이용한 변화 있는 표현이 풍부하다. 여기에서도 유의성(類義性)이 나타난다. 풍부한 표현성에도 기여하고 있다.
⑥ 고유어의 개념어(槪念語)로서의 적성이 한자어에 비하여 약하다. 더구나 한자는 조어력(造語力)이 강하여 학술용어나 기타 전문용어, 그리고 일반 용어에까지도 계속 한자어가 증가되는 추세에 있다. 문화어는 한자어라고 하는 말이 이에 기인한다.
⑦ 기초어휘에서는 고유어의 체계가 발달되어 있다. 한자어가 있는 경우에도 한자어보다는 고유어가 일반적으로 쓰인다. '숨 쉬다 : 호흡하다', '쉬다 : 휴식하다', '해 : 태양' 등은 고유어에 대응하는 한자어가 있는 예들이고, '말하다', '달', '별' 등은 같은 의미 기능을 가진 한자어가 없는 예들이다. '달'에 해당하는 '月'이나 '별'에 해당하는 '星'등은 다른 한자와 결합하여 한자어를 형성하는 형태소일 뿐 국어에서 단어가 되지 못한다.
⑧ 친족 명칭에서 위로 할아버지 대와 아래로 아들의 대까지는 고유어가 있으나 그밖에는 한자어에 의존하고 있다. 먼 세대, 복잡한 관계일수록 한자어뿐이다.
⑨ 체언이 격에 따라 형식이 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외국어로부터 외래 요소를 차용하기가 용이하다. 외국어에서 동사나 형용사를 들여다가 명사 내지는 동사나 형용사의 어근으로 이용하기도 하고 특정한 격을 가지는 체언을 들여다가 격을 무시하고 사용할 수 있다. 이것이 어떤 언어로부터도 쉽게 언어자료를 차용할 수 있게 하는 요인이 된다.
한국어 어휘 교육의 필요성
어휘는 의사소통의 기본이 되는 요소이다. 말을 하고자 할 때 어휘의 습득은 그 출발점이 되고, 습득한 어휘를 바탕으로 두 어휘 문장, 세 어휘 문장으로 확장하여 말하게 된다는 점에서 어휘는 언어 습득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언어 구사 능력이 습득한 낱말 하나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은 어휘가 효과적으로 언어를 구사하는 데 필요한 요소라는 것을 의미한다. 외국에 나가 서툰 외국어를 사용하여 의사소통을 하게 되거나,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과의 대화 장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경우를 보게 된다. 또한 어휘의 의미와 용법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는 한 언어의 올바른 수용이 이루어질 수 없으므로 어휘 교육이 적절하게 이루어져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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